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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서평

[시사ON]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여혐' 해결 가능해…<뫼비우스 띠로서의 몸>

2016년 07월 26일 (화) 

 

정은하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은하 기자) 

엘리자베스 그로츠가 쓴 <뫼비우스 띠로서의 몸>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혐 이슈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어서 소개한다. 작가인 엘리자베스 그로츠는 패미니스트이자 성중립주의자로, '여혐' 관련 이슈와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서구 철학사조의 이분법의 문제점에서 이끌어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과 이데아'가 그 이분법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만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들에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은 오직 밖에서 들어오는 빛 뿐. 동굴 안 사람들은 동굴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플라톤의 사상에 의하면 이데아는 고차원의 정신적인 것으로 보았다. 플라톤에게 이데아 이외의 진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데아와 이데아가 아닌 것. 이러한 이분법 적인 사고는 이때부터 데카르트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의 근간을 이뤄왔다. 우리는 흔히 흑백논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분법적 사고는 그만큼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가령 A랑 B가 있다고 한다면 사실상 B는 A와 대립하는 대등한 실체가 아니라 단순히 ‘A가 아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B라고 이름 붙여진 사실상 ‘A가 아님’은 결국 A를 정의하기 위해서 동원된 것에 불과하고 그러므로 B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마치 A랑 B가 양 극단인 것처럼 보이는 두 항이 실제로는 대립적이지 않지만, A가 아닌 것으로서의 B는 언제나 A에 비해 부정적인, 열등한 속성들을 가진, 결핍된 상대편으로 서열화 된다.
 
서양/동양, 몸/마음, 엘리트/대중, 삶/죽음, 원인/결과, 남성/여성 등 우리 주변에 이런 이분법적인 분류는 흔하다. 그로츠는 이런 이분법의 예 중에서 몸과 마음 그리고 여성과 남성에 관심을 가졌다.
 
그로츠에 의하면 서구철학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음을 A항으로 보았고 몸을 B항으로 보았다. 그래서 몸은 정신의 대립항으로서 우연적이고, 수동적이고,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됐다. 이성의 작용을 방해하는 원천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이런 이원론을 확고히 한 철학자인데, 서구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데카르트의 영향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몸을 무시했다. 사실은 몸은 내재적이고 정신적이며 의미상징적인 시점과 의식과 관점들을 구성하는데도 불구하고 몸을 도구, 연장, 기계, 그릇같은 은유적인 관점에서 봤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몸은 무엇을 하기 위한 통로나 매개체로만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대립항은 몸과 마음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립항들과도 상호연결되기 십상이다. 특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항에서 남성은 마음으로 여성은 몸으로 연결해서 여성을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코드화하여서 여성을 몸으로 배제시켜 왔다. 그래서 늘 여자의 몸은 감추고 숨겨야 할 존재였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결코 여성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고, 여성은 남성의 대립항으로서, 남성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한 부차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그 여성의 이름은 가부장적 질서 내에서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한 어머니, 아내, 소녀, 누나 등이었고 현재에도 어떤 집단 내에서는 이러한 것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된다.

그러나 플라톤의 동굴이라던지 매트릭스의 가상공간에서도 지각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몸이다. 몸은 주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맥락과 시점을 제공해준다. 몸은 해부생물학적으로 육신일 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포옹하는 가운데 다른 것들을 내 안으로 받아들일 공간이고, 타자가 내 공간으로 들어와서 내 몸은 사회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예를 들면 청바지를 입었을 때 정장을 입었을 때 내 몸가짐이랑 태도가 달라지듯.
 
이런 서구철학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현재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이어트, 성형, 얼짱, 몸짱 등 지금은 몸의 전성시대인데 서구철학에 의하면 동시에 몸이 부재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분법으로 인해 몸의 시대에 몸이 실종된거나 마찬가지다. 몸이 사실 철학적 사유의 토대인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츠는 마음과 몸을 분리하는 이분법을 넘어서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여성이 몸과 연결지어 져서 천시받는 것 역시 해결되고 남녀가 성평등 문제로 다툴일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트렌스젠더와 같이 "생물학적 성(Sex) 역시 만들어 지는 것이다." 라는 말도 있는데 이처럼 애초에 순수한 성차가 존재하지 않고 자연적이고 원초적인 백지 상태의 몸이 존재하지 않듯이, 몸이 겪어내는 경험들도 결코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 어느때보다 '여혐'이 이슈가 된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던저주는 책으로 감히 추천한다.

 

정은하 기자 sisaon@sisaon.co.kr